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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

딸 바보의 최후 『고리오 영감』

by jk0903 2025. 5. 4.

2025년도 “효도는 계산되고 사랑은 소비된다

 

딸 바보의 최후 『고리오 영감』

1835년 오노레 드 발자크 (프랑스), 인간 희극 중 하나인 리얼리즘 소설

 

 

 

이 책은 파리의 '보크레 하숙집'을 중심으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얽히는 이야기를 통해당시 프랑스 사회의 냉혹한 

현실과 인간 본성의 이기심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주요 등장인물

. 고리오 영감: 전직 국수 제조업자. 두 딸을 사랑하여 모든 재산을 희생하고 몰락함.

. 라스티냐크: 가난한 법대생. 상류사회 진입을 꿈꾸며 현실과 타협함.

. 보트랭: 전직 범죄자. 라스티냐크에게 성공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말라고 조언함.

. 델피느, 아나스타지: 고리오의 두 딸. 아버지의 희생에도 불구하고 냉담하게 대함.

. 보크레 부인: 하숙집 주인. 탐욕스럽고 계산적인 인물.

 

줄거리 요약

파리의 한 싸구려 하숙집에 여러 인물들이 함께 살고 있다. 젊은 법대생 라스티냐크는 귀족 사회에 매료되어 상류층 여성들과의 관계를 통해 신분 상승을 꾀한다.

 

같은 하숙집에 사는 고리오 영감은 초라한 모습이지만 과거에는 부유했던 사업가였다. 그는 두 딸을 위해 모든 돈을 쓰고 몰락했으며, 지금은 딸들이 자신을 외면한 채 살아가는 모습을 지켜보며 외롭게 늙어간다.

 

한편 미스터리한 하숙인 보트랭은 라스티냐크에게 사회에서 성공하려면 도덕보다 실리를 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는 실제로 범죄 조직의 일원이었고, 결국 경찰에 체포된다.

 

라스티냐크는 고리오의 딸 중 하나인 델피느와 가까워지고, 그녀를 통해 귀족 사회에 발을 들인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는 이 사회가 위선과 탐욕으로 가득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고리오 영감은 결국 딸들의 무관심 속에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고 장례식에는 딸들도 참석하지 않고 라스티냐크와 가난한 하인만이 장례를 치른다.

 

라스티냐크는 고리오의 죽음과 상류 사회의 이기심을 보며 현실을 냉정하게 인식한다. 장례 후 그는 파리 시내를 바라보며 이제 너와 싸우겠다, 파리여!”라고 선언하며, 사회에 맞서 싸울 것을 결심한다.

 

감상과 의의

『고리오 영감』은 겉으로는 한 아버지의 비극적인 몰락을 다룬 소설이지만, 그 이면에는 인간의 이기심, 사회의 냉혹함, 그리고 성공을 향한 욕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고리오 영감』은 단순한 가족 이야기나 청춘 성장소설이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 본성과 사회 구조에 대한 냉정한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발자크가 말하는 인간 희극이라는 거대한 사회적 연극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고 타락하며, 또 저항하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리얼리즘 작품이다. 한 사람의 희생과 또 다른 사람의 야망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이 비극은, 우리에게 '진짜 성공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21세기 한국 사회를 향한 거울

이 소설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사회, 바로 2025년의 한국에 그대로 투영해도 어색하지 않은 잔혹한 현실을 담고 있다.

사랑은 무너지고, 효도는 투자가 되었다.

 

고리오 영감은 딸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쳤다. 그는 재산도, 자존심도 내어주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무관심과 외면뿐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라는 가치를 이상적으로 말하지만, 실제 삶에서 그것은 철저히 계산된 이해관계 속에 존재한다.

 

자식에게 아파트 한 채라도 사주지 못하면 죄책감에 시달리는 부모, 반대로 부모의 재산을 미래 자산처럼 여기는 자식들. 고리오 영감의 비극은 바로 지금 수많은 가정에서 반복되고 있다.

 

성공하려면 물러서지 마” – 보트랭은 오늘날 누구인가?

보트랭은 말한다. “성공하려면 도덕 따윈 집어치워라.” 이 말은 단지 소설 속 악인의 말이 아니다. 요즘 우리도 얼마나 비슷한 말을 듣고 있는가?

 

“사람 좋으면 바보 된다”, “경쟁은 냉정해야 살아남는다.” 취업 시장, 부동산 투자, SNS 인플루언서 세계모두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정신 무장을 강요받는다. 성공은 승자독식이고, 그 속에서 도덕은 사치가 된다. 보트랭의 조언은 지금도 수많은 젊은이들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그는 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유튜브, 커뮤니티, 밈 속에서 살아 있다.

 

라스티냐크는 결국 우리다.

라스티냐크는 이상을 품고 파리에 왔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그는 고민 끝에 귀족 여성과 관계를 맺으며 출세를 꾀한다. 이상은 포기하고, 현실에 타협한다. 이 모습은 오늘날 대도시 청년들의 모습과 겹친다. 꿈과 열정을 갖고 사회에 나왔지만, 비정규직과 격차 사회 앞에서 무너지고, 결국 현실의 룰에 적응해 간다. "이제 너와 싸우겠다, 파리여!"라는 그의 마지막 선언은 사실 반쯤은 체념이고, 반쯤은 각오다.

 

이 소설은 오래된 이야기가 아니다.

『고리오 영감』은 단지 과거 유럽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건 지금도 진행 중인 이야기다. 가정은 더 이상 무조건적인 사랑의 공간이 아니고, 사회는 점점 더 차가워지고 있다.

 

발자크는 당시 상류층을 가감 없이 그려내며, 인간 본성이 얼마나 이기적인지를 폭로했다. 그리고 그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우리는 여전히 고리오처럼 사랑하다가 상처받고, ‘라스티냐크처럼 타협하며 살고 있다.

 

결론

지금, 우리는 고리오 사회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이 믿는 사랑은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가?"

"당신은 무엇을 버리며 성공하려 하는가?"

"그리고, 이 사회는 정말 인간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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